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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국민일보 02월25일자 전남 삼남길 1코스 기사입니다.

안승복 (천수) 2014. 2. 28. 11:16

[걷기 여행] 땅끝서 시위 떠난 봄 화살 개구리 깨우며 북으로 북으로..

국민일보 | 입력 2014.02.25 01:33
해남 삼남길 1코스 처음길

좋은 비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곧 내리기 시작하네/ 바람 따라 밤에 몰래 스며들어/ 소리 없이 촉촉이 만물을 적신다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만물을 소생케 한다. 간밤에 겨우내 언 땅을 따스하게 감싸 안듯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처럼 봄을 알리는 반가운 비가 해남 땅끝을 적셨다. 촉촉해진 땅 위로 나무 가지마다 통통하게 물이 올랐다. 봉긋한 새순에서 조만간 찬란한 봄을 피어 올릴 것이다. 그러면 땅 끝에서 시작된 봄은 삽시간에 번지는 들불처럼, 꽃물결을 이끌고 북으로 북으로 번지겠지. 한반도에서 봄이 시작되는 곳, 땅끝에서 삼남길도 시작된다.

삼남길은 해남 땅끝을 시작으로 전라도, 충청남도, 경기도를 지나 서울 남대문까지 이어지는 옛 삼남대로를 바탕으로 로드플래너 손성일씨가 현대의 상황에 맞춰 새로 개척 중인 도보여행길이다. 1코스 처음길은 땅끝마을부터 통호리까지 17㎞에 달하는 거리로 6시간 남짓 걸린다.

갈두선착장 맴섬 맞은편 삼남길 안내판부터 길은 시작된다. 날씨가 쾌청하다면 모노레일을 타고 해발 156.2m의 갈두산에 세워진 땅끝마을전망대에 올라보는 것도 좋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땅끝마을과 다도해를 두 눈 가득 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땅끝마을의 하이라이트는 '동방의 등불' 콘셉트의 땅끝탑이다. 바다를 향해 뱃머리를 만들어 놓아서 그곳에 서 있노라면 남해와 서해가 어우러지는 땅끝임을 실감할 수 있다. 해안절벽을 따라 마련된 산책로라 바다를 바라보며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두 발로 더듬어 볼 수 있다. 좌르르 옥구슬이 구르는 듯한 해변 자갈소리가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2.2㎞의 산책로가 끝나면 송호리땅끝오토캠핑장을 지난다. 바닥에 삼남길을 알리는 화살표가 방향을 가리키고 곳곳에 리본도 펄럭인다. 그대로 따르면 된다. 너르게 펼쳐지는 마늘밭이 푸릇푸릇하다. 남해는 마늘의 품질이 우수하기로 유명한데 기후도 마늘 재배에 알맞은 데다 자연소독제인 해풍을 맞고 자라 따로 농약이 필요 없다고 한다.

낮은 언덕을 오르면 좌우로 넓은 매실밭이 펼쳐지고 곧 자잘한 흰 자갈이 깔린 꼬부랑길이 산허리를 굽이굽이 에두른다. 'S'자로 난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는 그 어떤 찬란한 수식어로도 다 설명할 수 없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건축가이자 화가인 훈더트 바서는 "직선은 죄악이다. 직선은 악마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고 했다. 그렇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인간은 이처럼 자연의 아름다운 곡선을 봐 왔고 제 몸 어디 한 군데 직선이 없는데도 공간의 효율성만을 따져 세상을 직선으로 채우려 든다. 그리하여 자연의 창조물과 인간의 창조물은 그 선으로 하여금 확연히 구분된다.

질 좋은 약수가 펑펑 흘러나오는 도솔봉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도솔봉을 오른다. 저 멀리 펼쳐지는 남해의 멋진 풍광 덕에 그다지 힘들 줄 모르고 걷게 된다. 산 중턱을 빙 두르다가 도솔봉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진 곳에서 우측으로 난 좁은 산길을 따라 통호리에 닿으면 1코스 처음길이 끝난다.

가는 길 ▼

목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땅끝까지 하루 4차례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일단 해남읍으로 이동한 후 다시 땅끝마을까지 버스로 이동하면 된다. 목포에서 땅끝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린다. 요금은 1만1400원이다. 목포에서 해남읍까지는 약 60분이 소요되며 요금은 6300원이다. 또 해남읍에서 땅끝까지의 소요시간은 45분, 요금은 5100원. 해남시외버스터미널 061-534-0881.

글·사진=김 난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
출처 : 아름다운 도보여행
글쓴이 : 사)아름다운도보여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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