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 천개동 마을로
계족산을 샅샅이 훑어 보고 싶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계족산을 처음 오른 게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지척에 두고도 발걸음이 닿지 못한 곳이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산 넘어 저쪽
천개동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비래골 입구의 고목이 푸른 잎을 피웠다.
나무 아래서 뭔가 설명을 듣는 아이들이 반갑다.
옥류각과 비래사를 지나
돌탑을 따라 올라간다.
이 길은 수도 없이 오르내렸다.
절고개에서 잠시 쉬어
뻔히 보고서도 가지 못했던
효평동 쪽 임도를 따라 걷는다.
곧바로 천개동 농장 표지판이 나온다.
산 꼭대기에 근접하여 마을이 있다.
하늘이 열리는 마을, 天.開.洞
6.25때 피난한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었단다.
그만큼 산속 깊이 자리한 마을
그런데 근사한 집들이 많이 나타났다.
그럭저럭 길도 잘 닦여 있고
사람도 꽤나 모여 산다.
요녀석,
사람이 그리웠을까?
졸졸졸 담벼락을 따라다니며 얼굴을 내민다.
드디어 천개동농장
여긴 내가 대전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이다.
산속 깊이 있지만 소문이 무성한 곳
오리고기가 지상에서 가장 맛있는 곳...
차를 갖고 오려면 판암동을 지나 동신고가 있는 마을에서
대청호변길을 따라 가다가
동명초등학교가 보이면 좌회전하여 산속으로 한참 올라가야 하는데
산넘어 뒤편이 바로 우리 동네라니...
천개동농장 옆 허름한 촌가 앞을 지나
다시 효평동 임도 쪽으로 올라간다.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
임도를 따라 다시 효평동 쪽으로 한참 진행한다.
가다가 왼편으로 멀리 계족산성이 보이기에
다시 산으로 오른다.
오르다 보니 길도 없다.
반팔 반바지에 가시덤불까지 헤치며 오르다가
너무나 까마득해 다시 임도로 내려온다.
(집에 와서 보니 팔다리가 죄다 긁혀 있고
노출된 부분은 벌겋게 익어 있었다.)
임도를 따라 절고개 쪽으로 거슬러 간다.
손 잡고 걷는 저들이 오늘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
임도를 따라 걷다가 밋밋하여
산성길 능선으로 다시 올랐다.
그리고 절고개를 향해 가는데...
정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산길에서 장모님을 만난 것..
같은 동네에 살더라도 이런 일은 흔치 않은데
끝과 끝에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가 여기서 만나다니...
너무 얼떨떨하여 인사만 나누고 그냥 헤어졌다.
멀리 봉황정....
절고개를 거쳐 비래사-비래골..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 계족산 자락 한폭 더듬었다.
기분 좋다...
2010.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