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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3월 23일/ 아름다운 동행, 우리 함께 걸어 보실래요?(산들걷기모임)

안승복 (천수) 2011. 3. 28. 12:03

 

 

아름다운 동행...우리 함께 걸어 보실래요?

 

 

푸르메 재단 앞

 


(제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입니다. ^^)

오늘은 마음이 밝고 훈훈해지는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저는 작년 2010년 여름부터 한 걷기 동호회에 가입해 틈이 날 때마다 우리나라 이곳저곳으로 걷는 여행을 합니다. 덕분에 태어나 처음 제주도도 가봤습니다*^^* 일주일이 넘는 비교적 긴 여행도 있지만 대부분 하루짜리 짧은 걷기 여행이지요. 그래도 많이 걸을 때는 산길 20km를 훌쩍 넘길 때도 있으니 그다지 만만하게 보시면 곤란합니다.

 


 

처음 이 모임을 시작할 당시 회원 수는 20여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회원 수만 해도 무려 3,000명이 넘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지요. 형식적으로는 온라인 동호회지만 걷기가 중심이기 때문에 회원들의 열성과 친밀감은 어떤 모임보다 뜨겁습니다. 저는 약 20번 정도 걸었지만 공식적 모임을 통해 무려 1,000km 이상을 걸으신 분들만 해도 무려 10분에 달합니다.

 

 1,000km를 돌파하신 용자 호수님과 곧 가입하실 올레님


놀라운 사실은 지금부터입니다. 남산에서 첫 걷기모임을 시작하며 걷기를 할 때마다 회비를 1,000원 씩 내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500원은 동호회 운영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500원은 좋은 일(?)에 쓰자 뭐 이런 취지지요. 저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그깟 500원 씩 걷어서 무슨 좋은 일을 할까? 동호회 운영 경비도 모자랄 판에...’

 

 


걷기에 참여하시는 분 대부분은 별 생각 없이 회비로 1,000원을 내시며 그 중 500원이 어디에 쓰이는지 별 관심도 없었을 겁니다. 요즘 500원은 말 그대로 껌 한통 사기 힘든 참 사소한 액수 아닙니까? 걷기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통 크게(?) 천원 씩 척척 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황금 같은 시간을 내주시며 거의 매일 길을 열어주셨지요. 그렇게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겨울, 그리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저야 길을 열어 주시는 대로 야금야금 쫓아만 다녔습니다. 집도 제법 멀고 (지하철 4호선 남서쪽 끝) 나름 바빴기 때문이지요.^^ 푸하하하

 

왼쪽 단무원심님, 가운데 강지원 공동대표, 오른쪽 백경학 상임이사

 


그런데 지난 주 정확히 3월 23일 걷기 동호회 게시판에 작은 공지가 올랐습니다. 그동안 모은 적립금을 ‘푸르메’ 재단에 기부하는 걷기 모임을 갖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에이 설마? 아직 1년도 안됐는데 무슨 기부할 돈이 있겠어? 무척 궁금했지요. 기부할 정도로 많이 걷혔다는 말이야? 어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지...


이 날 오후 2시. 약속한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 모였습니다. 엄청난 봄바람이 불던 날이었는데 저는 약속 시간을 착각해 한 시간이나 일찍 나갔지요. 참 저도 여러 가지 합니다. 이날도 어김없이 회비 천원을 걷더군요. 대단합니다.

 

 


약속된 2시... 푸르메 재단에서 무려 네 분이나 마중 나오셨습니다. 많이 낯익은 분도 보입니다. 다른 회원 분께 슬쩍 물어봤습니다.


“혹시 저 분 TV에 나오시는 분 아니예요?”

“응...맞아 강지원 변호사”


강 변호사님은 푸르메 재단에 공동 대표계신 분으로 천명이 넘는 회원이 500원씩 회비를 내서 기부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감동을 받아 찬바람을 무릅쓰고 광화문 거리까지 마중을 나오신 겁니다. 함께 나오신 분은 전 백경학 상임 이사님이시죠. 우리 일행을 푸르메 재단까지 안내해 주실 분이시죠.

 

 

동십자각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세 분

 


 

푸르메 재단은 광화문 세종대왕상에서 걸어서 15분 남짓한 거리입니다. 그래도 명색 걷기동호회인데 덜렁 사무실까지 갈 수는 없어서 동십자각으로 해서 북촌을 돌아 청와대 앞길로 해서 재단 사무실까지 되도록 멀리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날 쿠키를 준배해주신 베스트드레서 영우님

 

 

자유쟁이님 맛나던가요?

걷다가 잠시 쉬며 회원님이 만들어 오신 쿠키도 먹고 청와대 앞에서 눈치 보며 몰래 몰래 사진도 찍었습니다. (혹시 사진 찍었다고 잡혀가는 것은 아니죠? 저희 자본주의 연구모임 아닙니다.^^사회주의는 연구해도 되나요?...비굴...) 제가 별로 이 집 쥔장이 워낙 별로라 그 쪽에서도 당연히 저를 싫어할 줄 알았는데 그냥 무시하더군요. 참나 기분 살짝 나빴습니다. 그 댁 앞 검은 코트를 입은 사내 몇이 무리지어 가는 우리 일행을 보더니 무전기에 대고 쑥덕댑니다.


“아...연꽃 스무 조 간다...지직 지직...” 나머지는 뭐라고 했는데 잘 안 들렸습니다. 


졸지에 우리 일행은 청와대 공식 연꽃이 되었습니다.

 

 

청와대 앞으로 가는 8000번 버스


 

드디어 목적지인 푸르메 치과입니다. 2층에 푸르메 재단 사무실이 위치하지요. 푸르메 치과 역시 국내 최초 민간 장애인 치과입니다. 사무실 2층으로 올라가자 푸르메 직원 분들께서 따뜻하게 저희 동호회원을 맞이해 주십니다.

 

 

차도 손수 만들어주시고 ^^


손수 차를 따라주시던 백경학 푸르메 재단 이사님께서 푸르메 재단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최근에는 매년 30만 명의 사람들이 각종 사고와 질병으로 장애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적 무관심 속에 힘들고 외로운 짐을 자신과 가족들이 짊어지고 가야 하지요.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가장 큰 고통은 경제적 어려움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도 무척 견디기 힘들지요. 어쩌면 우리는 잠재적 장애인 임에도 불구하고 이웃의 불행을 남의 일처럼 차갑게 외면해 온 것은 아닐까요? (최근에는 ‘장애우’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만 진심으로 내가 그들을 친구처럼 생각했는지 생각해보면 이런 말을 섣불리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푸르메 재단에서 나누어준 안내문을 펴보았습니다. 홍보 대사로 낯익은 인물들이 활동하시더군요. 산악인 엄홍길, 가수 이은미, 아나운서 나경은 ... 그러나 누구보다 내 눈길이 머물렀던  인물은 이지선 씨 였습니다.

 

 

약 10년 전 쯤 이었던가요... 지금 떠올려 봐도 너무나 가슴 아팠던 소식이었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화여대에 4학년 졸업을 앞둔 이지선양은 오빠의 차를 함께 타고 잠수대교를 건너던 중이었지요. 그런데 마주오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이양이 타고 있던 차와 정면 충돌 합니다. 어처구니없게 사고 운전자는 당시 음주운전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함께 타고 있던 오빠는 가벼운 상처만 입었지만 이지선 양은 불 붙은 차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지요. 이지선 양은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돌이키기 힘든 전신 3도 중화상을 당했습니다. 

 

사고 이후 이지선 씨는 상처를 소독하고 도려내는 끔찍한 화상 치료와 무려 30회에 이르는 전신 성형을 받았지만 예전의 꽃답고 아리땁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단 한 번 술에 취한 사람의 무책임한 실수로 인해 그토록 빛나던 청춘은 캄캄한 어둠속에 갇히는 듯했지요.

 


많은 친구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했지만 이지선 씨의 불행은 천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저 역시 가슴 아픈 소식을 듣고 마음으로(-_-;;;) 힘내라고 응원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금방 잊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푸르메 재단의 안내문을 통해 이지선 씨를 다시 만나게 된 겁니다. 이지선 씨는 그 이후 사고의 아픔을 딛고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이웃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지선 씨는 말합니다. 지금 자신의 삶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제가 걷는 동호회에서는 ‘같이의 가치’를 말합니다. 비록 이 날 우리가 전달한 금액은 액수로는 100만원에 불과-2,000명이 500원씩 기부한 것-하지만 그 어떤 100만원보다 더 소중합니다. 왜냐고요? 한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백 아니 천 사람의 마음이 그 안에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한 사람의 마음도 소중합니다. 하지만 10 아니 100, 1,000명의 마음이 모여 나를 지켜보며 힘내라고 응원할 때 우리는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세상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힘을 내자고 다짐하지 않을까요? 바로 내 뒤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수많은 이웃과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오! 바로 저기야 저기~~~


 

내가 기부한 500원은 보잘 것 없이 보여도 우리 회원 3,000명이 모여 동시에 걷는다면 순식간에 150만원의 소중한 기부금, 아니 우리의 마음이 모이게 됩니다. 이 보다 더 놀라운 마술이 세상에 있을까요? 평범한 우리가 만드는 작은 기적이 아닐까요? 그래서 감히 제안해 봅니다.

 

지구의 둘레는 40,000km입니다. 걷기 회원들이 걸은 거리를 모두 합치면 어느 날 지구를 한 바퀴 돌 수도 있겠지요. 저는 지금까지 몇 킬로미터를 걸어왔는지 헤아리지 않았지만 이제부터 꾸준히 기록할 생각입니다. 왜냐면.., 제가 걸은 1km마다 100원씩 기부하겠습니다. 기부, 이거 해보니 은근히 즐겁고 행복하네요. 지금까지 걸었던 기록을 찾아내면 약 500km쯤은 될테니 벌써 50,000원을 기부할 수 있네요.^^ (기록을 찾을 수 있으라나...ㅡ.,ㅡ;;;)

 


 

우리가 걸은 거리가 지구 한 바퀴를 넘을 때, 도움을 애타게 바라는 지구 반대편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 보면 어떨까요? 단 10km의 마음으로도 한 명의 어린이가 하루동안 배고픔에 해방될테니까요.  (정식 건의 합니다 '백원 클럽')      


우리가 함께 걷는 세상은 바로 우리를 위한, 그래서 내가 행복해지는 세상입니다. 어떻습니까? 그 곳을 향해 우리 함께 걸어 보실래요?

    

 

기부금 전달식(심이님 눈 감으셌세요 ^^)

 


              

출처 : 산들산들 산들걷기
글쓴이 : 하피즈(박정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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