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공원, 성대, 창의문 코스 중 당신은 어느 쪽?
초보자들을 위한 북악산 성곽 올레길 코스 안내
요즘 들어 일반인들도 많이 도전하는 북악산 성곽 올레길. 도전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어느 길로 가든 반드시 말바위안내소를 지나야 한다. 삼청공원에서 말바위안내소까지는 약 20분이면 충분하다. 성균관대학교에서 가자면 와룡공원을 거쳐 가면 된다. 가장 힘든 코스는 창의문 쪽에서 진입하는 것이다. 초보자들은 간혹 코스를 잘 몰라 창의문 쪽에서 섣불리 도전한다. 1천여 개의 계단을 오르는 것이 많이 힘들 텐데 말이다.
기자는 오늘 가장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코스를 택했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혜화문에 도착한다. 성곽길을 따라 간다. 서울시장 구공관 성곽길을 지나 경신 중고등학교 담이 성곽이다. 서울과학고를 지난다. 가을 단풍을 만끽하면서 30분을 걷다 보면 와룡공원에 도착한다.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이라 하여 와룡공원인데, 벌써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있다. ROTC 27기 제2회 등반대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들은 80여 명으로 작년에 청계산에 도전하였으며 금년에는 북악산성곽길을 택했다고 한다. 직장인들도 단합대회로 와룡공원에 모여 있어 많이 붐빈다. 오늘 말바위안내소에서 붐빌 것이 예상된다.
예감은 적중했다. 말바위안내소 앞에는 신청서를 쓰기 위하여 기다리는 줄이 장사진을 이룬다. 무려 1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래 서서 기다려도 등산객들은 마냥 기쁜 얼굴들이다. 기자도 기쁨의 대열에 서서 그 풍경에 빠지고 만다.
모두들 가을 단풍에 물든 성곽길을 걷기 위해서 나서서인지 여유롭다. 간식으로 가져온 보따리들을 푼다. 시골에서 가져 왔다는 잘 익은 큼지막한 대추를 1개씩 주위에 돌린다. 기자에게도 1개가 주어졌다. 보답으로 서울성곽에 대한 해설을 해준다. 못 들어본 정보인지 사람들이 가까이에 모여든다.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옆에 있는 성곽에서는 '암문'을 설명해 준다. 성곽 위의 여장을 설명한다. 구멍 3개가 있는데 가운데 구멍은 근총안이라 부르며 가까이 올라온 적을 공격하는 구멍이며, 양쪽에 있는 구멍 2개는 원총안으로 멀리의 적을 향하여 공격하는 구멍임을 설명하며 구멍이 서로 다름을 보여 준다. 신기해들 한다.
600년이 지나도록 성곽의 근본이 무너지지 않음은 선조들의 지혜로, 아직까지도 그 성곽축성의 비밀을 연구 중이라고 하니 모두 성곽에 대한 새로움을 발견하는 듯하다. 뜻하지 않게 더 많은 분들이 모여 졸지에 해설을 맡았다.
드디어 기자에게도 신분증을 제시하고 신청서를 쓰고 출입증을 받는 차례가 왔다. 그 때 가족 4명이 사진 촬영을 부탁해서 아기 이름을 물었다. 정성현(4세)의 가족이다. 아마도 아이한테는 힘들 텐데 싶지만, 가족들이 여유롭게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윽고 숙정문에 도착한다. 숙정문은 북대문이다. 숙정문의 단풍은 너무 아름답다. 단풍을 만끽하기 위하여 숙정문을 떠나지 않아 많은 분들이 모여 쉬고 있다. 숙정문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숙정문(肅靖門) 또는 숙청문(肅淸門)은 조선 시대에 건축한 서울 성곽의 4대문 중 북쪽에 있는 문으로, '북대문'으로 부르기도 한다. 서울성곽을 이루는 사대문(四大門) 가운데 하나로, 도성의 북쪽 대문이다. 1396년(태조 5) 9월 도성의 나머지 삼대문과 사소문(四小門)이 준공될 때 함께 세워졌다. 원래 이름은 숙청문(肅淸門)으로, 도성 북쪽에 있는 대문이라 하여 북대문·북문 등으로도 부른다. 1413년 풍수지리학자 최양선(崔揚善)이 지맥을 손상시킨다는 상소를 올린 뒤에는 문을 폐쇄하고 길에 소나무를 심어 통행을 금지하였다. 이후 숙청문은 음양오행 가운데 물을 상징하는 음(陰)에 해당하는 까닭에 나라에 가뭄이 들 때는 기우(祈雨)를 위해 열고, 비가 많이 내리면 닫았다고 한다. 지금의 숙정문은 1976년에 복원한 것이다....” 다음주에 있을 북악산성곽 해설을 위하여 준비차 왔다가 오히려 더 많은 분들에게 해설하는 기쁨을 맛본 셈이다.
곡장을 방문한다. 시간이 부족하여 곡장까지만 보고 삼청동으로 내려가는 일행과는 헤어진다. 1.21 사태의 증인, 김신조 나무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돌에 새겨진 각자에 대한 설명 표지판 앞에도 사람들이 몰려 있다. 서울성곽 18km 구간 중 가장 잘 보전된 각자(성곽에 새겨진 글자)이다.
청운대(293m)를 지난다. 조금 더 가니 백악나루에 도착한다. 북악산 성곽길의 가장 높은 정상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백악산(342m, 북악산의 옛이름) 표석에서의 사진 촬영이 만만치 않다. 줄을 선 뒤 한참 만에야 순서가 되어 촬영하였다.
이제 계단으로 내려 갈 일만 남았다. 창의문을 향하여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등산객들의 다양한 색깔의 등산복이 성곽길 계단과 성곽 모습 그리고 단풍과 어우러진 모습은 말그대로 장관이다. 반대로 창의문에서 계단으로 올라오는 등산객들은 숨이 차서 쉬고 있어 계단을 스치게 되었는데, "처음 오시죠?" 하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이제 북악산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니 그러냐면서 힘을 내어 오른다. 계단에 한 줄로 늘어선 등산객들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다. 이제 사진촬영금지 구역을 벗어난다.
멀리 인왕산 성곽길이 보인다. 드디어 창의문(자하문)에 도착하여 출입증을 반납한다. 창의문에도 인파가 몰려 있다. 창의문에는 나이 든 감나무가 한 그루 있다. 감나무에 감이 탐스럽게 익어 가고 있다. 인조반정 공신들의 이름이 빼곡이 기록되어 있다. 공신의 명단에 ‘이괄’의 이름이 빠져 있어 ‘이괄의 난’이 일어나게 됐다는 역사를 떠올린다. 3시간이면 올 수 있는 길을 오늘은 3시간 50분 걸렸다. 여러 번 다녀 간 코스이건만 오늘 같이 기분이 유쾌한 적은 없었다. 창의문의 잘 익어 가는 감나무 모습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본다.